낙태 찬반에 즈음하여 / 한 태아의 일기
낙태가 만연한 세상에서 여전히 낙태에 대한 찬반 토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. 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이를 낳아 잘 기르는 여성들도 있습니다. 다음은 한 잡지에 작자 미상으로 올라온 '한 태아의 일기'를 옮겨 실어 보았습니다.
10월 5일: 오늘 내 새명이 시작되었다. 나의 엄마와 아빠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신다. 그러나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어. 그리고 난 여자가 될 거다. 난 금발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질 거야. 하 지만 거의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어. 내가 꽃을 사랑하게 될 것까지 말이야.
10월 19일: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아직 실제 사람이 아니고, 엄마만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. 하지만 난 실 제 사람인 걸. 조그만 빵 조각이 실제 빵인 것처럼 말이야. 나의 엄마도 존재하시고 나도 존재 하고 있단 말이야.
10월 23일: 이제 나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는구나. 좀 생각해 봐. 1년 정도 지나면 나는 이 입으로 웃기도 하고, 또 나중에 말도 하게 될 거야. 나는 이 입으로 맨 먼저 엄마하고 말할 것도 알고 있지.
10월 25일: 오늘 내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했어. 내 심장은 오늘부터 쉬지 않고 부드럽게 내 한평생 뛸 거야.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나면 지치게 되고 멈추게 될 거야. 그러면 난 죽게 되겠지.
11월 2일: 난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어. 나의 팔과 다리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지. 하지만 내가 두 다리 로 일어서서 엄마의 두 팔에 안기고 이 예쁜 두 팔로 꽃을 꺾어 아빠에 안기려면 아직 오래 기다
려야 해.
11월 20일: 오늘이 되어서야 의사 선생님이 엄마에게 내가 여기 엄마의 심장 밑에 살고 있다고 말해 주었 어. 오, 엄마는 정말로 행복할 거야! 엄마, 행복하지, 응?
11월 25일: 아마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 줄까 하고 생각할 거야. 하지만, 아빠와 엄마는 내가 귀여운 딸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어. 나를 ‘케씨’라고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. 난 이제 많 이 자랐어.
12월 10일: 나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어. 머리결은 매끈하고 밝고 윤이 난다. 엄마는 어떠한 머리카락 을 가졌을까?
12월 13일: 난 이제 막 볼 수 있게 되었어. 사방이 깜깜하다. 엄마가 나를 세상으로 내어 보내주면, 세상 은 밝은 햇빛으로 가득 차 있고, 또 꽃들로 가득 차 있을 거야. 하지만, 난 무엇보다 엄마를 보 고 싶어. 엄마, 엄마는 어떻게 생겼지, 응?
12월 24일: 엄마가 나의 마음의 속삭임을 들으실까? 어떤 아이들은 세상에 나올 때 좀 아파서 나오기도 한다지. 하지만 난 심장이 튼튼하고 건강해. 나의 심장은 ‘툭—툭’, ‘툭—툭’하면서 고르게 뛰 고 있어. 엄마, 엄마는 건강하고 귀여운 딸을 하나 갖게 될 거야!
12월 28일: 오늘 엄마가 나를 죽였어.
— 작자 미상 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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